건강

썩어도 준치, 썩어도 도미

들꽃향기(횡성) 2008. 10. 20. 08:40

썩어도 [생선은] 준치

썩어도 [생선은 ]준치라는 말이 있다.

진짜 이 말대로 제철의 준치는 맛의 지존임을 자랑한다.


참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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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도 같은 말이 있다.

일본 속담, 썩어도 도미라는 말에는 약간의 연유가 있다.


잠깐, 일본 내에서 도미는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지존적
생선의 하나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도미가 고급 생선이기는 하지만 일본 내 도미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신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조기의 인기도는 일본에서 별 볼 일이 없다.


아래에 일본에서 도미의 값을 말해 주는 일화를 소개해본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김소운[金巢雲]이라는 저명한 수필가가 계셨다.

일본에 오래 사셔서 일본 사정에 아주 밝으신 분이다.

그 분이 쓰신 삼오당 잡기라는 수필집에 이런 글이 나온다.


일본 도쿄만의 작은 섬 어촌에 어느 날 도쿄의 모 대학 수산관계 

전공 학생들이 실습을 나왔다.
이들이 하루 종일 실습을 하고 돌아가려던차 폭풍이 몰려왔고

여객선은 운항 중단을 해버렸다.

할 수 없이 섬에서 하룻밤 묵게 된 학생들은 저녁을 해결하러

인솔 교수를 따라 섬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작고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주방장과 홀 서비스를 하는
작고 누추한
식당이었다.


시골 어촌의 식당이 그러고 그렇겠지 하고 생각한 교수는

머리가 천정에 다을듯이 납작한 식당에 들어서자 호기롭게
큰 소리를 질렀다.

“ 영감! 이 집에서 제일 고급 메뉴로 주슈!”

듣기에 따라 상대를 깔보는 어투였다.

순간 영감님 눈매가 날카롭게 빛났다.

“ 정말 이십니까? ”

“ 암 !”

영감님이 부엌에 들어가서 한참을 뚝딱 거리고 조리를 했다.

준비하는 시간은 지루 할만큼 오래 걸렸다.

드디어 식사가 나왔는데 멀건 국물에 생선 살점들이

몇 점 둥둥 뜬 냄비 요리였다.


한국 일식집에서 통상 ‘지리’라고 불리는 생선 요리였다.
다들 시골 음식이 할 수없지 하면서도 시장하던 판이라
냄비들을 다 비웠다.


식사가 끝나자 교수는 거드름을 피우며 물었다.

“영감 잘 먹었소. 전부 얼마요?”

주방에서 나온 영감님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 네 X십만 원입니다------------.”

“ 뭐, 뭐요?”

황당하게 가격에 놀란 교수가 되물었다

영감님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 아까 이집에서 제일 비싼 것으로 가져 오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 내,내가  그러긴 그랬지--. 그러나 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이 !”

영감은 기분 나쁘리 만큼  침착하게 대답했다.

“ 선생님은 도쿄 긴자의 아사구모라는 요정을 아시는지요?”

“ 그건 아, 알지요. 그 유명한 집은, 그것하고 이것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고 ? ”

“ 선생님은 그 집과 꼭 같은 냄비 요리를 반의 반 값에 잡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교수와 학생들을 뒷마당 쓰레기 처리장으로
안내했다.

“ 저걸 보세요.”

보니 수 십 마리의 도미들이 볼따귀 살만 살짝 도려내지고

나머지 부분은 다 버려진 것들이었다.
노인은 말했다.

“ 이 어촌 구석에 냉동 설비도 없고 내 신조상 귀한 손님을
  접대하고 
남은 재료를 남에게 함부로 줄 수도 없습니다.”

알고 보니 그 영감님은 그 유명한 요정에서 40년이 넘게

주방장으로 일하고 은퇴했던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적인 숙수였다.


그는 고향인 어촌에서 은퇴 생활을 하다가 심심풀이로 섬을 찾는

관광객과 낚시꾼들에게 간편한 식사를 제공하고 용돈이나

벌어 쓰려고 작은 식당을 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도꾜에서 왔다고 거드름을 피는 교수를 보고
골탕을 먹인 것이다.

결국 돈이 없었던 교수는 다음 배편에 주인의 식구를 달고

육지까지 나와 겨우 식대를 마련하여 지불했다.

감성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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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일화는 일본 사회에서 도미가 얼마나 비싼 고가의 생선인가하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화였다.


그렇게 건방진 교수를 골탕먹인 비싼 도미에게 얽힌
'썩어도 [생선은] 도미'라는 일본 속담의 유래를

한 미식가 어른에게서 들어 담은 풍월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도미가 너무 인기가 있어서 일본 어부들은

죽어서 바다에 떠 다니는 상한 도미도 건져다가 먹는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나는 생선의 최고 소비 국가인 일본에는 도미를 한국의 흑산도
홍어처럼 발효시켜 먹는 특별한 요리법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도 했지만 그 어른 말씀이 별다르게 신뢰감이
가지 않아서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렸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다보니 그 말의 내력을 약간이나마
짐작할만한 단서가 될 사실이 있었다.


연유에 대한 설명이 약간 길어진다.

먼저 일본인 지존 생선의 하나, 도미 중에서도 어떤 도미가

최고의 맛을 가졌는지부터 설명해보겠다.


이 말에 많은 분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같은 바다에서 나는 생선이 더 맛있고 뭐하고 있겠는가 ?

하는 의문이 드실 것이다.

그러나 이천 쌀, 개화도 쌀과 같이 바다에서도 엄연히

사는 곳에 따라 생선의 맛에 차이가 있다.


그 예로 병어를 보자.

병어는 흑산도를 중심으로 그 북쪽 바다에서 잡힌 병어를
윗 바닥 병어,
흑산도 남쪽 바다에서 잡힌 병어를
아랫 바닥 병어로 나눈다.

까다로운 식도락가들은 윗 바닥 병어는 생선회로 먹지만 아랫바닥

병어는 회로 먹기에 질이 떨어진다고 먹지 않는다.


이들 바다의 미식가들은 해삼과 아나고라고 부르는 갯장어도

산지 해안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다고 해서 생선회로 먹는

수산물은 출신 바다를 가렸다.


+고락산성님 블로그에서 퍼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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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썩어도 [생선은] 도미라는 소문의

있을 수 있는  연유를 따져보자.


어린 시절 일본의 도미 중에 최고의 맛을 가진 도미에 대해서
우리나라 원로
수산 학자 정 문기 선생님이 이렇게 기록 해 놓으신

대목을 읽고 그 속담과 연결해서 짐작한바 있었다.


일본 히로시마 부근 능지포[能地浦]라는 포구 근해는 조류가

대단히 빠르게 흐른다.

산란철이 되면 깊은 바다의 도미들이 근처 연안으로 몰려나온다.

그러다가 이 급한 조류를 만나서 갑작스럽게 얕은 곳으로

밀려지고 급격한 수압 차이로 죽게 된다.


죽은 도미는 부레 안의 가스가 팽창해지면 배를 위로 하고

물결에 둥둥 흘러 다니게 된다.


이때 어부들이 출어해서 물에 둥둥 떠서 떠도는 도미들을

잡는 것이 아니라 건지게 된다

이 건진 도미 맛이 일본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정 문기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이유는 사체 경직화가 되고 시간이 흘러 가면서
도미의 육질에
변화가 오면서 아미노산이 축적하게 된다.

물론 육질도 부드러워진다.

이 적당한 정도로 축적된 아미노산이 생선회의 맛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히로시마의 바다에서 죽어 떠도는 도미에 최고로
적절한
아미노산이 축적되어서 그렇게 맛을 낸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가 그 뒤 추가로 알게 된 지식을 나열해본다.

국내 어지간한 스테이크 전문점들의 스테이크들이
이렇게 숙성화 단계를
거쳐 어느 정도 ‘익힌-Aging’ 것으로
육질에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고기도 연해 진 것이다 . 


이 단계가 지나면 육질에 암모니아가 축적된다.

부패가 시작된다고 말해야 할듯하다.

흑산도 홍어가 아마 이 때의 단계일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우연한 기회에 위 정박사님의 말씀을
뒷받침 해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어느  휴가철에 친지가 운영하는 저인망 어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며칠 동안 어로 작업에 따라 다닌 일이 있었다.


첫날 첫 투망에 탐스러운 참돔 두어 마리가 올라왔다.

끄는 그물 속에서 압력을 받아 죽었지만 신선도 최고였다.

나는 선장에게 저 도미로 저녁때 생선회를 만들어 한잔 하자고
유혹했었다.

바다 경험 많은 선장 왈(曰),

“ 저것 지금 먹으면 맛 없어요.

  얼음에 재워놨다가 내일이나 모래쯤 먹어야 제 맛이 나옵니다.”
라고
했었다.


그는 계속하였다.

“사람들은 몰라서 활어활어 하는데 우리 같은 뱃사람이 보면 답답해요.

 넓은 바다를 돌아 다니던 생선을 그런 수질도 안 좋은 수조 속에

 넣어 보세요.산 생선에게는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어요.

 그렇게 고생시키면 고깃 살도 다 빠지고 맛도 다 빠지는데,

 그런 것을 일부러 더 비싼 값을 치루고 먹겠다고 하니 참 ---”


수산 시장에서 수조에 있던 활어가 죽자 그 죽은 활어를

대폭 값을 낮추어 파는 활어 판매점을 보았기에 그 대조가 되는
말을 들으니  대단히
인상적으로 귀에 다가왔다.


지금 보니 생선회를 좋아하는 미식가들에게는 이미 기본 지식이
된 듯 한 정보를 나는 저인망 어선을 운영하는 친지 덕분에 상당히
오래 전에 알게 되었다고 해야겠다.


 


돌돔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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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도 준치인가?
썩어도 도미인가?
준치도 대단히 맛좋은 생선으로 윗말이 전혀 손색이 없는 맛을
자랑하는 생선이다.

그러나 윗말들의 원조는 지금까지의 말이나 아래 사실로
추측해 볼 수가 있다.

90년대에 일본의 아메요코라는 큰 시장에 가보니까 명란젓을

세일하는 생선 가게가 있었다.

북한에서 수입했던 것이라는 그 명란들이 질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그런데 일본인들도 명태를 명란젓을 명태알 [明太子]이라고 부르고

명태는 명태로 알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명태라는 이름은 명천(明川))사는 태(太)서방이라는

사람이 진상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전설이 있는 명칭인데 --


글쎄 ---? 일본 전문 블로거 Spark같은 분은 정확한 정보를

알만도 하지만-- 이 명칭이 한국에서 건너갔다고 생각한다면

일본이 한국 수산 문화의 한 조각을 수입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그 반대로 썩어도 [생선은] 준치라는 말이 일제기간

일본 문화에 묻어 들어온 ‘썩어도 [생선은] 도미’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가설도 성립되는 것이다.


그 연유가 될 듯 한 에피소드를 소개했지만 '일본'하면
발끈하는
악플러들이 많아서 내 자신의 정답은 사양하겠다.


준치에 관한 속담이 한국의 전래 구전이라면 이 포스팅은

쓸데없는 사설이 늘어놓은 것이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