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스크랩] 예쁜술잔버섯 Caloscypha fulgens

들꽃향기(횡성) 2010. 2. 8. 17:58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지만, 그래도 들녘엔 봄이 또 왔나 보다.

벚꽃이며, 유채꽃, 세복수초 등이 일찌감치 새해 신고를 하며 봄을 몰고 왔다.

 

온화한 바람이 겨울을 밀어내고 봄의 창문은 꽃이 열었지만,

열린 문으로 꽃향기만 들어오면 얼마나 좋으랴.

 

 

오전 동안은 황사먼지 그득한 빗줄기가 창문을 톡톡 두드리며

어린 아가의 오줌줄기처럼 노오란 빗물이 되어 흐른다.

흘러내리는 물줄기 속엔 결 고운 흙먼지가 가득하다.

 

창을 열어두면 저 먼지들이 다 내 호흡기 속으로 들어오겠지 싶으니

오후가 되며 날씨가 개어도 사무실 밖으로 선뜻 발길이 나서질 않는다.

 

 

'떼놈들, 밭 갈암구나.'

어르신들은 봄이 되어 황사먼지 날리면

북쪽 멀리 사는 오랑케들이 밭을 갈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갈아엎을 때 봄바람에 실려 오는 게 황사란다.

과거에도 있었지만 요즘의 황사는 각종 개발로 인해 대규모화 되고,

날아오는 동안 대기 오염물질들을 달고 오는 것이 문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도 버섯 관찰은 다 때가 있는 거다.

버섯 관찰 하는데 부지런함은 가장 우선하는 필수 요건,

이 시기가 아니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야생버섯 관찰이다.

 

 

내 근무지는 물영아리오름이다.

사무실을 나서면 열 걸음 이내에 세복수초가 피어 있고, 새끼노루귀가 말을 건넨다.

야생버섯들은 사방에서 나를 찾는 듯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물영아리엔 삼나무가 많다.

아직은 겨울 분위기를 많이 벗지는 못한 숲이지만, 숲 아래 떨어진 나뭇잎들을 들춰 보면

노란 꽃잎 조각 같은 버섯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화려한 꽃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시기여서일까,

예쁜술잔버섯은 복수초의 고운 노란색 보다 더 화려하다.

 

 

 

사진 찍으려고 나뭇잎들을 치우다 살짝 다치기라도 하면 버섯은 금방 퍼렇게 멍이 든다.

'나..독이 있으니 건드리지 마' 라고 무언의 시위라도 하듯...

2월 말 경부터 3월 말 즈음까지 관찰이 되며, 크기는 1~2cm 정도이고,

두께는 1mm정도로 얄팍하고 손대면 쉬 부서져 내리는 연약함이 있다.

(하지만 정말로 독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혹시 위장술 아닐까?)

 

 

경기가 어려울수록 짜증날 일들도 많은 요즘이다.

시퍼렇게 독을 품었다고 안 풀릴 일이 풀려주는 건 아닐 것이다.

긴 겨울도 지나고 보면 순간이었던 듯 느껴지듯이,

 우리에게 좋은 날들도 봄이 또 이렇게 찾아오듯이 곧 찾아오겠지.

 힘들지만 견뎌보자.

꽃 피는 봄이 또 이렇게 왔지 않은가.

 

 

출처 : 야생버섯이 좋은 사람들
글쓴이 : 팽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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